
번리가 잇따른 무실점 행진으로 역대급 수비 기록을 수립하고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 스타일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재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번리는 이번 시즌 31경기에서 단 9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점으로, 2위 리즈(19실점)와도 10골 차이가 난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리그 상위 2개 디비전과 비교해도 가장 뛰어난 기록이다.
특히 번리는 현재 9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골키퍼 제임스 트래포드는 이번 시즌 21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클린시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견고한 수비력 이면에는 부진한 공격력이 자리 잡고 있다. 번리의 경기당 득실점은 1.48골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다. 이전 기록은 1995-96시즌 질링엄의 1.50골이었다.
이는 지난 시즌 빈센트 콤파니 감독 시절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번리는 시즌 87골(경기당 1.89골)을 기록하며 공격적인 축구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반면 스콧 파커 감독이 이끄는 현재 번리는 경기당 1.19골에 그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시즌 최종 득점이 55골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포츠머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홈팬들이 "지루하다, 지루해"라고 외치자 원정 온 번리 팬들도 이에 동조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파커 감독은 더 나은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 플리머스를 상대로 5-0 승리를 거둔 것을 제외하면 공격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번리는 챔피언십 역대 최소실점(30골·왓포드, 프레스턴 공동 기록) 및 잉글랜드 프로축구 전체 최소실점(첼시의 15실점) 기록 경신이 유력해 보인다. EFL 최다 연속 무실점(토키 유나이티드의 10경기) 기록도 눈앞이다.
하지만 승격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이러한 수비 기록들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현재 승점 페이스대로라면 시즌 최종 90점 정도가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시즌 콤파니 감독 시절의 101점에는 못 미치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