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풀을 꺾은 플리머스 아가일의 지휘봉을 잡은 미론 무슬리치 감독의 특별한 이야기가 화제다. FA컵 4라운드에서 EPL 선두 리버풀을 상대로 1-0 승리를 이끈 그는 보스니아 내전을 피해 오스트리아로 망명한 난민 출신이다.
무슬리치 감독은 1992년 9살의 나이에 고향인 보스니아 비하치를 떠나야 했다. "하룻밤 사이에 손에 들 수 있는 것들만 챙겨서 보스니아를 떠나야 했다"고 그는 BB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회상했다. 무슬리치 가족이 떠난 지 한두 달 후인 1992년 6월, 비하치는 세르비아군에 의해 3년간의 포위 공격을 받았다.
가족과 함께 650km를 이동해 도착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현지 독일어 사투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축구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축구장에서는 이름이나 성씨, 난민 신분 같은 게 중요하지 않다"며 "종교나 국적, 내 어머니가 청소부인지 변호사인지도 상관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아름다운 경기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의 부모는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 아버지는 30년 넘게 웨이터로, 어머니는 청소부로 일하며 자녀들에게 좋은 삶을 제공하려 노력했다. "우리 가족은 평생 고군분투했고, 이런 투쟁의 시간들이 내 여정의 일부가 됐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라고 무슬리치는 말했다.
이런 경험은 그의 코칭 철학에도 깊이 반영됐다. "주말 경기에서의 승패보다 더 어려운 상황들을 겪어왔다"며 "선수들에게도 삶은 아름다운 깜짝 선물이 있는 투쟁이며, 항상 싸울 가치가 있는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웨인 루니의 후임으로 지난달 플리머스의 지휘봉을 잡은 무슬리치는 15경기 무승의 부진 속에 있던 팀을 이끌고 있다. 최근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로 우크라이나 수비수 막심 탈로비에로프를 영입했고, 웨스트브롬위치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진정으로 믿고 헌신하고 설득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그의 신념은 FA컵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한 이변으로 증명됐다. 라이언 하디의 페널티킥으로 얻은 1-0 승리에 대해 그는 "마법 같은 날이다. 우리는 이제 아가일의 역사의 일부가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무슬리치는 "플리머스의 라커룸을 보면 전 세계에서 온 선수들이 함께하고 있다"며 "세상이 하나의 라커룸이라면 좋은 곳이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