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 마그누스 칼센이 독일 함부르크의 아마추어 클럽 St. Pauli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1월 두 번째 주말, 함부르크 시내 브람스-콘토르 빌딩에서 열린 독일 최상위 리그 경기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경기장은 매진 사태를 이뤘고, 취재진들은 취재 승인을 받기 위해 애를 썼다. 독일 체스 분데스리가가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 '체스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칼센은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막스 바메르담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팀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St. Pauli는 지난해 독일 축구 분데스리가 승격을 이룬 팀으로도 유명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좌파 성향의 클럽이라는 특별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칼센이 이 팀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2016년 St. Pauli의 홈구장 밀레른토르를 방문했을 때의 경험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팀이 리그 최하위권 팀에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기장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즐거웠다"며 "그때 이 클럽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St. Pauli의 체스부 제2위원장인 올리버 폰 베르슈는 "칼센 영입 전 130명이었던 회원이 현재 180명으로 늘었다"며 "단순한 대중의 관심을 넘어 체스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이 커졌고, 청소년부도 성장했다"고 전했다.
독일의 프로 스포츠 클럽들은 대부분 종합스포츠클럽에서 시작됐다. 분데스리가 우승팀 바이어 레버쿠젠은 육상과 농구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바이에른 뮌헨은 1946년부터 탁구부를 운영하고 있다. St. Pauli 역시 1933년에 설립된 독일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럭비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칼센은 St. Pauli에서 무보수로 뛰고 있지만, 이는 그의 사업적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함부르크 출신 사업가 얀 헨릭 뷔트너와 함께 '프리스타일 체스 그랜드슬램 투어'를 공동 설립했으며, 올해 뉴욕, 인도, 남아프리카, 파리, 독일에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독일 체스는 현재 남자 세계 랭킹 50위 안에 빈센트 케이머 단 한 명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독일체스연맹의 회원 수는 85,821명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St. Pauli는 3월 밀레른토르 경기장에서 체스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미 1,500장의 티켓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와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클럽의 만남이 독일 체스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