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어리그의 재정건전성 규정(PSR)이 역설적으로 유망주들을 '회계 해결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PSR 위반에 따른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구단들이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을 급히 매각하는 현상이 증가하면서다.
축구 재정 전문가 키어런 매과이어는 "클럽들이 재정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젊은 선수들을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규정이 아카데미 선수 판매를 '무위험 수익원'으로 보고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활용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캐슬은 지난 여름 PSR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아카데미 출신인 엘리엇 앤더슨과 얀쿠바 민테를 6천만 파운드(약 1천억 원)에 매각했다. 에디 하우 감독은 "지난해 우리는 PSR로 인해 큰 교훈을 얻었다"며 "이제는 선수 영입이나 계약 갱신 등 모든 결정에서 PSR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스톤 빌라 역시 팀 아이로에그부남(900만 파운드)과 오마리 켈리먼(1,900만 파운드)을 매각하며 PSR 준수에 나섰다. 빌라의 공동 소유주 나세프 사위리스는 "현행 규정은 구단의 상향 이동성을 저해하고 기존 질서만 공고히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첼시도 아카데미 출신인 코너 갤러거와 이안 마센의 거래를 통해 재정 균형을 맞추고 있다. 구단은 호텔 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PSR 위반을 피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유망주 육성이라는 본래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매과이어는 2025-26시즌부터 도입될 새로운 지출 상한제 하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클럽들은 여전히 주전 선수단에서 벗어난 선수들과 아카데미 선수들의 '현금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PSR 위반으로 역대 최초로 승점 감점을 당했던 에버턴은 이번에는 제재를 피했다. 구단은 벤 고드프리와 루이스 도빈 등의 매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했으며, 2022-23시즌 이후 유일하게 8천만 파운드의 양의 순지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