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어리그에서 홈 경기 승률이 역대 최저점을 기록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홈팀의 승률은 38.7%에 그쳐,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치러졌던 2020-21시즌(37.9%)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은 "우리는 항상 홈 경기 결과에 의존한다"고 말했지만,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러한 '홈 어드밴티지'가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최근 주말에는 10경기 중 7경기에서 원정팀이 승리를 거두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는 현대 축구의 전술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현대 축구는 포지셔널 게임이 아니다. 경기의 리듬을 타야 한다"고 언급했듯이, 최근에는 빠른 역습을 통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옵타 통계에 따르면 올 시즌 '빠른 역습'을 통한 득점 비율이 10.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난공불락'으로 불리던 홈구장들의 위용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한때 8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던 첼시의 스탬포드 브릿지나, 최근까지 52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던 맨체스터 시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현재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조차 홈에서 1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팀은 단 한 팀도 없는 상황이다.
팬들의 영향력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시기의 무관중 경기에서 홈팀 승률이 크게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관중의 존재가 팀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레스터시티나 토트넘과 같이 성적이 좋지 않은 팀들의 경우, 오히려 홈 팬들의 거센 항의나 비판이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리그 측의 시간 지연 방지 지침 강화와 VAR 도입 등으로 인해 원정팀들의 '소극적인 전술'도 줄어들고 있다. 옵타 기록에 따르면 이번 시즌 실제 경기 시간은 평균 57.05분으로, 2006-07시즌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