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차별 철폐 단체 '키크 잇 아웃'(Kick It Out)이 첼시의 엔조 페르난데스가 작년에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인종차별적이고 성소수자 혐오적인' 영상과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에 조치 여부를 묻는 서한을 보냈다.
해당 영상은 지난해 7월 아르헨티나가 코파 아메리카에서 콜롬비아를 꺾은 뒤 촬영된 것으로, 페르난데스와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들이 팀 버스에서 프랑스 흑인 선수들을 비하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겨있다.
키크 잇 아웃의 사무엘 오카포르 최고경영자(CEO)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축구협회(FA)와 FIFA에 문의했음에도 조사나 결과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차별을 심각하게 다루고자 하는 기관이라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특별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카포르 CEO는 토트넘의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FA로부터 7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많은 팬들이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같은 방식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프랑스축구협회는 '인종차별적이고 차별적인' 구호에 대해 FIFA에 공식 항의했으며, 프랑스 대표팀에서 활약한 페르난데스의 첼시 동료 웨슬리 포파나는 해당 영상을 '노골적인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첼시는 1억 700만 파운드의 영국 이적료 신기록을 세우며 영입한 페르난데스에 대해 내부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교육의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지난 8월 주장으로 임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FIFA는 당시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되는 영상을 인지하고 있으며 조사 중"이라며 "선수, 팬, 임원의 모든 형태의 차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파 아메리카와 같은 지역 대회에서 발생한 사건은 일반적으로 해당 대륙연맹이 먼저 검토한다.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자 키크 잇 아웃은 "만약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투명성과 책임성의 심각한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FA도 CONMEBOL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FIFA와 CONMEBOL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응답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