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수비진의 균열, 월커의 시간이 멈춘 자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 자리를 지켜온 카일 월커(34)가 위기를 맞았다. 한때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폭발적인 스피드와 정확한 태클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맨체스터 시티의 주장 완장을 차고 있지만, 경기장에서 그의 모습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 월커가 출전한 11경기에서 맨시티는 16실점을 기록했다. 90분당 1.84회의 태클과 0.35회의 인터셉트라는 수치는 그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아다마 트라오레나 앙투안 세멘요 같은 스피드 있는 공격수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수비수들의 전성기는 보통 31-32세경에 찾아온다. 특히 풀백은 중앙 수비수보다 더 일찍 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34세의 월커는 이제 그 시기를 지났고, 부상과 개인적인 문제들까지 겹치면서 더욱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맨시티는 리그에서 5패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11경기에서 무려 8패를 기록했다. 이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성적이며, 2003년 이후 맨시티 구단 역사상 가장 긴 부진이다.
리코 루이스라는 젊은 대체자가 있음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여전히 월커를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토트넘전에서 티모 베르너에게 완벽히 농락당하고,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두 실점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맨시티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로빈 반 페르시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세대교체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9년간의 황금기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서, 월커의 미래는 맨시티의 다음 챕터를 예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