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절약 경영'과 사라지는 전통... 퍼거슨의 '인간 중심' 유산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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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기자
맨유의 '절약 경영'과 사라지는 전통... 퍼거슨의 '인간 중심' 유산은 어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25% 지분을 확보한 짐 래트클리프의 경영 스타일이 구단의 오랜 전통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단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스튜어드들의 처우 변화는 퍼거슨 시대와 현재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24년간 맨유의 스튜어드로 일했던 프랭크 로빈슨은 "많은 동료들이 떠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10경기당 100파운드의 보너스와 '이주의 스튜어드' 포상금 50파운드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경험 많은 70대 스튜어드들을 일부러 북쪽 스탠드 꼭대기층에 배치해 자진 퇴사를 유도하고, 그 자리를 교육도 받지 않은 파견 직원들로 채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가 추구하던 가치와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퍼거슨은 27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선수단 관리에서도 엄격한 규율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구단의 모든 구성원과 열린 소통을 추구했습니다. 오랫동안 근무한 스튜어드들에게 1,000파운드가 넘는 고급 시계를 직접 전달하며 그들의 헌신을 치하했던 것도 이런 철학의 연장선이었습니다.

래트클리프 체제는 이미 250명의 인원을 감축했고, FA컵 결승전 관련 직원 혜택도 취소했습니다. 장애인 서포터즈 협회 지원금 절반 삭감이라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더 나은 팀을 만들기 위한 자금 확보'라는 명분이지만, 퍼거슨이 남긴 '인간 중심' 유산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퍼거슨은 27년 동안 38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맨유를 세계적인 명문 구단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유산은 트로피가 아닌, 구단의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가족처럼 단결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였습니다. 이제 맨유는 재정적 효율성과 구단의 정체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점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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