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시티의 베테랑 수비수 카일 워커가 AC밀란 이적을 앞두고 있다. 그의 시티 생활 7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회 우승과 93회의 잉글랜드 대표팀 출전 기록이 말해주듯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6월 10일은 워커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완벽한 수비를 선보였다. 브라질 윙어의 현란한 레인보우 플릭마저 차단했던 워커는 경기 후 "그는 절대 그 공을 가져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4주 뒤 이스탄불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워커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워커는 202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 패배와 유로 2020 결승 패배의 아픔을 겪은 터라 충격이 컸다. 그러나 그는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동료들을 향해 "내 꿈이 여러분 손에 달렸다"며 감동적인 연설을 했고, 팀은 트레블을 달성했다.
34세의 워커는 전형적인 90년대식 선수다. 빈센트 콤파니처럼 강단 있는 리더십보다는 유머러스하고 동료들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젊은 선수들의 인터뷰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로 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토트넘에서 5천만 파운드에 영입될 당시 '절대적인 톱 플레이어가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워커는 놀라운 스피드와 승부욕으로 이를 뒤집었다. 그는 BBC 사운즈 팟캐스트에서 "과르디올라 감독님이 전화했을 때 너무 긴장됐다. 마치 영화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올 시즌 들어 폼이 하락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잉글랜드 대표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있다. 워커는 AC밀란에서 토마스 투헬 감독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잉글랜드 대표팀 100경기 출전이라는 목표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워커는 결국 이른 작별을 고하게 됐지만, 맨시티 팬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나눌 기회가 올 것이다. 은퇴 후에는 클럽의 전설로서 어떤 형태로든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과르디올라의 상대 벤치에서 만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