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 순간을 '더럽혔다'고 비판받는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장의 '강제키스' 재판이 개시됐다. 제니 에르모소 선수는 법정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어야 할 순간 중 하나를 망쳐버렸다"고 증언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에르모소는 첫 증인으로 출석해 "상사가 나에게 키스를 했다. 이는 어떤 사회적, 직장 내 상황에서도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작년 호주에서 열린 월드컵 시상식에서 루비알레스가 입맞춤을 강요한 사건은 전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고, 그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에르모소는 "키스에 대한 동의를 한 적이 없으며 여성으로서 존중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것도 듣거나 이해하지 못했다. 그 다음 순간 그가 내 귀를 잡고 입술에 키스를 했다"며 "입맞춤은 내가 결정할 때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 이후 축구협회로부터 '완전히 방치됐다'고 증언한 에르모소는 사건 이후 죽음의 위협까지 받아 가족과 함께 마드리드를 떠나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멕시코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47세인 루비알레스에 대해 성폭행 혐의로 1년, 에르모소에게 키스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도록 압박한 강요 혐의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루비알레스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당시 그는 키스가 합의된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가짜 페미니즘'에 의한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에르모소에게 합의 발언을 강요한 혐의로 월드컵 우승팀 감독이었던 호르헤 빌다, 축구협회 전 마케팅 책임자 루벤 리베라, 전 스포츠 디렉터 알베르트 루케도 함께 기소됐다. 이들 역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재판은 오는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