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관련 SNS 게시물로 해고된 안와르 엘 가지가 법정 승리 후 새 출발을 하고 있다.
2023년 10월, 네덜란드 출신의 모로코계 축구선수 안와르 엘 가지(29)는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팀 마인츠에서 한 건의 SNS 게시물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는 큰 파장을 겪었다.
당시 그는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아이들의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 "이것은 분쟁도, 전쟁도 아닙니다. 이는 대학살이며 대량 파괴입니다. 우리는 이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워질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특히 문제가 된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구절은 1960년대부터 사용된 문구로,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일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를 촉구하는 표현으로 보는 반면, 미국 유대인위원회 등은 이스라엘의 말살을 암시하는 반유대적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마인츠는 이 게시물이 '용납할 수 없다'며 엘 가지를 정직 처분했고, 이후 그가 원래 입장을 고수하자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독일 법원은 2024년 7월 엘 가지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며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마인츠는 150만 유로(약 21억 원)를 배상해야 했고, 엘 가지는 이 중 50만 유로를 가자지구 아동 지원 프로젝트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고 가족들이 항상 가르쳤어요. 많은 선수들이 문제가 생길까 봐 이야기하길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저는 '왜 우리가 문제가 되어야 하나'라고 생각했죠. 죽어가는 아이들과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엘 가지는 당시를 회상했다.
마인츠 해고 이후 거의 1년 동안 축구를 떠나있던 엘 가지는 현재 잉글랜드 2부리그 카디프시티에서 새 출발을 하고 있다. "카디프에서 데뷔전을 치를 때 온몸에 전율이 흘렀어요. 다시 경기장에 설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뻤죠. 이 기회를 준 구단과 팬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현재 마인츠는 법원 판결에 항소한 상태다. 특히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반유대주의 관련법이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편이며, 1905년 마인츠 축구클럽을 설립한 유진 살로몬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희생된 사실도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