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 매치를 앞두고 루벤 아모림 감독이 던진 폭탄선언이었다. 마커스 래쉬포드를 아예 경기 명단에서 제외한 것. 과연 이게 맞는 결정이었을까? 그날 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드라마는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맨시티와의 더비에서 2-1 승리. 래쉬포드 대신 선발 출전한 아마드 디알로는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새로운 영웅'으로 등극했다. 그의 골 세리머니는 상징적이었다. 맨유 유니폼에 입맞춤을 하는 모습에 데이비드 베컴도 감동했다. "재건이 시작됐다. 이 유니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선수들과 함께한 승리"라는 찬사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식사하는 방식부터 경기장에 올 때 옷 입는 방식까지, 모든 것을 지켜본다." 아모림 감독의 이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닌, 철학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 30골을 넣고도 주급 32만 5천 파운드짜리 계약서에 도장 찍은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래쉬포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2시즌 66경기 15골.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날 경기의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해리 매과이어다. 한때 주장 완장을 뺏기고 팀을 떠날 것만 같던 그가, 아모림 감독의 백3 시스템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더비전에서 엘링 홀란드를 완벽하게 봉쇄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매과이어의 변신은 전술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아모림 감독의 3-4-3 시스템에서 그는 단순한 수비수가 아닌 빌드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공중볼 장악력과 경기 읽는 능력은 여전했지만, 더 중요한 건 수직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다. 수비진이 넓게 펼쳐져 공격을 전개하는 동안, 매과이어는 정확한 롱패스로 윙백들을 활용했다.
"맨유 윙어라면 누구든, 그게 캔첼스키스든 긱스든 베컴이든 나니든 상관없다. 앞으로 전력질주하고 수비할 때도 전력질주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이 클럽에 있을 자리가 없다." 게리 네빌의 이 말은 이제 래쉬포드를 향한 직격탄이 되었다. 매과이어가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성공적으로 변신하는 동안, 래쉬포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1월 이적시장이 다가온다. PSG는 음바페의 대체자를 찾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매력적인 도피처다. 27세의 래쉬포드는 더 이상 '맨유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아니다. 그저 구단의 발전을 가로막는 거추장스러운 과거일 뿐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매과이어의 부활은 아모림의 혁명이 단순한 선수 교체가 아닌, 전술적 진화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 혁명에서 래쉬포드의 자리는 어디일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