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EFA 챔피언스리그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 모든 최종 리그 페이즈 경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총 18경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매치데이 메이헴(Matchday Mayhem)' 또는 독일식으로 'XXL 슈필탁(XXL Spieltag)'이라 불리는 이 실험적인 시도는 끝없는 골과 트위스트 넘치는 스토리라인, 그리고 감각적인 오버로드를 목표로 했다.
더 애슬레틱(The Athletic)은 이 18경기를 모두 지켜보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각 경기를 5분씩 번갈아가며 시청하는 것이다. 90분 경기 시간을 18로 나누면 딱 5분이 되기 때문이다. 18개 경기 중 16개 경기에서 순위 변동이 가능했고, 3위부터 13위까지 승점 3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첫 번째로 시청한 애스턴 빌라와 셀틱의 경기는 영국 더비라는 특별함을 더했다. 유로파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인저스가 맞붙은 지 일주일 만이다. 경기장은 폭죽과 불꽃, 깜빡이는 조명으로 가득했고, 빌라 팬이자 록스타인 오지 오스본의 거대한 티포(응원 현수막)가 눈길을 끌었다.
경기는 관중들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다. 요리 티엘레만스와 제이콥 램지의 연계 플레이로 모건 로저스가 첫 골을 기록했고, 곧이어 로저스는 운좋은 데플렉션 슛으로 추가골까지 기록했다. 빌라 파크에서는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영국 국기가 휘날렸다.
이어진 바르셀로나와 아탈란타의 경기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올림픽 스타디움의 한산한 관중석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홈팀 골키퍼 보이체흐 슈체스니는 일주일 전 벤피카전에서처럼 실수를 저지르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한편 슈투트가르트와 PSG의 경기에서는 브래들리 바르콜라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경기의 균형을 깨트렸고, 브레스트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관중들이 던진 플레어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살츠부르크에서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아들 줄리아노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위한 골을 기록하며 부자의 인연을 더했다.
UEFA의 이번 시도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와도 비교된다. 캠프적인 멜로드라마, 이상한 투표 방식, 편파성 시비 등 공통점이 있다. UEFA의 이런 시도가 모두의 취향은 아닐 수 있지만, 축구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